인텔이 7나노(nm)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일정을 또 다시 미뤘습니다. 경쟁사 AMD는 이미 7나노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인텔은 초미세공정에서 뒤쳐지는 모습이다. 선단 공정 경쟁에서 밀리며 몇년전까지만 해도 공고하던 인텔 시장 점유율은 날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4일 인텔은 2분기 매출 197억달러, 주당순이익 1.1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고, 시장 예상치(컨센서스)인 186억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주당순이익 또한 작년 2분기 0.92달러보다 높고, 시장 예상치 1.11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실적은 개선됐지만, 이날 인텔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0.6% 폭락해 5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정규장에서 주가는 1.06% 하락한 60.40달러에 마감했었습니다. 이날 폭락으로 인텔 주가는 15년만에 경쟁사 AMD에 역전됐습니다. AMD는 주가는 23일 기준 주당 63.25달러였습니다.
인텔이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7나노 제품 생산 시기가 문제였습니다. 인텔은 컨퍼런스콜에서 "수율이 목표 수준에 미치지 못해 7나노 제품 출시가 당초 계획보다 6개월가량 지연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텔은 이미 수차례 7나노 제품 생산 시기를 미룬 바 있습니다. 양산이 6개월 지연된다면 인텔 7나노 CPU 출시 시점은 PC용이 일러야 2022년 하반기, 서버용은 2023년 하반기가 됩니다. 최초 계획보다 1년여가 늦어지는 셈입니다.
인텔은 2018년 하반기부터 14나노 제품군 공급난을 겪고 있습니다. 2018년으로 예정했던 10나노 진입이 늦춰지며 14나노 제품군이 늘어나고, 결국 14나노 생산라인이 부족해진 것입니다. 인텔은 공급난 해결을 위해 CPU를 제외한 14나노 반도체 제품군을 삼성전자·TSMC 등 타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맡기기도 했습니다. 인텔은 지난해말 노트북용 CPU로 첫 10나노 제품군을 선보였지만, 데스크톱과 서버용 프로세서는 여전히 14나노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텔은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까지 도맡는 종합반도체기업(IDM)입니다. 현재 10나노 이하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둘 뿐입니다. 자체 물량만 생산하는 인텔이 선단공정 경쟁에서 TSMC와 삼성전자에 밀리며 CPU 생산에까지 타격을 입게 된 모습입니다.
인텔이 타격을 입은 사이 CPU 시장에서 ‘만년 2인자’던 AMD는 질주하고 있습니다. AMD는 2017년 14나노 CPU를 내놨고, 2019년엔 7나노 CPU를 선보였습니다. AMD가 인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AMD는 인텔과 달리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 CPU 생산을 전량 TSMC에 맡기고 있다. TSMC 기술을 빌려 선단 공정에 빠르게 진입한 것입니다.
패스마크(Passmark)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23.4%에 불과하던 AMD 데스크톱 CPU 점유율은 2020년 2분기엔 46.8%로 인텔의 턱밑까지 올라왔습니다. 모바일(노트북) 시장에서 2018년 8.1%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AMD 점유율은 올 2분기엔 13.9%로 뛰어올랐습니다.
인텔은 보수성이 강한 서버용 CPU 시장에선 여전히 95%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정 차이가 벌어집니다면 이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은 EUV(극자외선) 공정을 사용해, 10나노라도 AMD의 ArF(불화아르곤) 공정 7나노와 유사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7나노 돌입이 2023년에야 가능하다면 AMD는 5나노 이하 공정 제품을 내고 있을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번 벌어진 ‘공정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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